[전문가칼럼] 뷰티업계, 이윤 챙기면서 환경도 살리는 ‘기후 테크’에 눈 돌려야 김기현 <슬록 대표 >
편집국 기자 | media@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4-02-26 06:00 수정 2024-03-25 08:08

기후위기, K뷰티 대응 어떻게 할까

<1> 한국형 지속가능화장품으로 승부하자 
<2> 강해지는 환경규제, 화장품은 문제 없나
<3> 줄이고, 재생하는 것이 자원순환의 기본이다  
<4> 탄소중립의 첫걸음, 탄소발자국 계산하기
<5> 자원순환과 탄소중립 화장품 모범사례
<6> 환경으로 돈버는 시대, 기후테크는 어떤가?

 화장품시장의 폐불용자원 거래하는 플렛폼 '노웨이스'트 운영 중. 업계 최초로 화장품 탄소발자국 간편 계산도구 개발 ,  '광고를 알아야 크게 성공한다' 공저. 

몇 년 전 우연한 기회로 기후테크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게 됐다.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를 업사이클링하여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만드는 곳이었다. 전기차 보급이 아직 많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몇 년 후에 배출하게 될 폐기물을 활용하여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이 다소 무모한 도전으로 보였다. 시장 진입까지 갈 길은 너무 멀었고, 사용 후 배터리의 잔존 성능도 제각각이어서 제품의 안전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연구개발에 필요한 사용 후 배터리를 확보하는 것도 문제였다. 하지만 이 불확실한 스타트업엔 국내 굴지의 배터리셀 제조업체, 국내외 완성차 메이커의 문의와 협업 요청이 끊이지 않았고, 뚜렷한 재무적 성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을 이어갔다.

지구온난화는 옛말이 됐다. 2023년은 지구 표면이 가장 뜨거웠던 한 해였다고 한다. 이제는 ‘지구열대화’ 시대다. 기후위기가 현실의 문제로 다가오면서 기후테크가 더욱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기후문제가 아직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지 모르지만 전세계 기후테크 산업은 2016년 169억 달러(약 2조원) 규모에서 2032년에는 1480억 달러(약 2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캐나다, 영국, 중국, 호주, 독일, 프랑스, 인도 등이 전세계 기후테크의 약 75%를 점유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유니콘 기업 4곳 중 2곳이 기후테크 기업이다. 규제대응으로만 여겨왔던 환경이 이젠 돈을 벌어주는 시대가 됐다.

그럼, 도대체 기후테크는 무엇이며, 기후테크와 뷰티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기후테크’는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배출 감축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혁신 기술을 뜻한다. 클린테크(Clean Tech), 카본테크(Carbon Tech), 에코테크(Eco Tech), 푸드테크(Food Tech), 지오테크(Geo Tech) 등 크게 5개 분야로 구분된다.

클린테크는 재생에너지 생산 및 분산화 솔루션에 관한 것이다. 태양광, 수력, 풍력 등 천연자원을 활용한 에너지 생산, 오염물질을 최소화하는 공정 개발 등이 클린테크에 속한다. 카본테크는 공기 중 탄소 포집·저장 및 탄소 감축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기술(CCUS)이다. 에코테크는 자원순환, 저탄소 및 지속가능한 원료를 활용한 제품 개발 등으로, AI 기술을 활용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푸드테크는 식품의 생산·소비 및 작물 재배 과정 중 탄소 감축을 추진하는 내용으로 대체육, 스마트팜 농산물 등이다. 지오테크는 탄소관측 모니터링 및 기상정보를 활용한 사업이다.

뷰티업계에서도 기후테크를 접목하는 해외기업들 소식이 들려온다. 코티는 2022년 1월부터 탄소포집으로 생산된 알코올로 향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GUCCI)에서 출시한 '웨어 마이 하트 비츠(Where My Heart Beats)'는 코티가 100% 탄소포집 알코올로 만들어 구찌에 공급한 향수다. 독일의 바이어스도르프 그룹은 이산화탄소를 재생하여 만든 알코올을 사용한 화장품 ‘니베아 맨 클라이미트 케어 모이스처라이저(NIVEA MEN Climate Care Moisturizer)’를 출시했다. 공장의 굴뚝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이를 발효하고 가공하여 화장품용 에탄올로 만들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만으론 탄소중립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결국 남는 탄소는 흡수하거나 제거해야 한다. 그래서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로 알려진 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저장기술은 탄소중립 관련 비즈니스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뷰티 영역에서 고도화된 기후테크를 접목하는 해외 주요 기업들의 전환속도가 부럽고 두렵다.

국내 뷰티업계에서도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에코테크, 푸드테크가 접목된 사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친환경 어메니티 브랜드 이든(Idden)을 운영 중인 서스테이너블랩은 못난이 과일과 주스, 우유 등 식품을 가공할 때 발생하는 부산물을 활용하여 제품을 만든다. 이 브랜드에서 만든 올인원 샴푸바인 ‘얼스바’는 오비맥주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맥주 부산물을 원재료로 활용했다. 브로컬리컴퍼니에서 운영하는 ‘어글리시크(UGLYCHIC)’ 역시 못난이 과일을 활용하여 여성청결제, 이너젤, 샴푸 등의 뷰티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어글리시크는 뷰티제품에 이어 감귤 껍질을 업사이클링하여 만든 숙취해소 스틱젤리 ‘어글리시크 술깨스틱’도 출시했다. 업사이클링 뷰티브랜드 ‘빈느와(VINOIR)’를 운영 중인 디캔트(DECANT)는 와인의 착즙 과정에서 발생하는 포도씨 줄기 껍질 등의 부산물인 퍼미스(Pomace)를 활용해 화장품과 비누, 마스크팩 등을 만든다. 퍼미스는 토양 산성화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그동안 마땅히 가공할 방법이 없어 버려져왔다. 업사이클링 상품개발뿐만 아니라 화장품 시장에서 버려지는 각종 불용자원을 거래하는 노웨이스트(NO WASTE)와 같은 플랫폼도 등장했다..

최근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대기업도 업사이클링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LG생활건강에서 전국 지역 농가에서 자란 '못난이 농작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컨셔스 뷰티 브랜드 '어글리 러블리'를 론칭했다. 못난이 무화과, 못난이 유자 등 상품성의 결여로 버려질 뻔한 못난이 농작물과 호두 껍데기, 살구씨 등 각종 부산물에서 추출한 성분을 업사이클링해 화장품 원료로 만든 후, 이를 활용하여 워시오프 마스크팩 2종, 슬리핑팩 1종, 시트 마스크 2종 등 총 5종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업사이클링 원료를 담은 내용물 외에도 마스크팩은 100%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원료 용기를, 시트 마스크는 재생 플라스틱 48%를 쓴 파우치(포장재)를 사용하는 등 내용물부터 부자재까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가치를 제품에 담아냈다. 자금력과 마케팅력이 우수한 대기업이 뷰티와 기후테크의 접목에 관심을 갖는다면 좀 더 빠르게 지속가능 뷰티시장이 자리 잡지 않을까 기대된다.

최근 수년간 화장품 시장의 성장 지표를 분석하면, 국내 및 글로벌 공히 성장하는 산업은 아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성장하는 산업과 융·복합을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 코티가 포집한 탄소를 원료로 향수를 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스타트업 란자테크(LanzaTech)가 있어서 가능했다. 란자테크는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코티는 이를 리사이클링하여 알코올로 만들어 제품화했다. 이처럼 혁신적인 스타트업과 양산능력 및 마케팅력을 보유한 대기업의 협업이나 오픈이노베이션은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고 시장 검증을 해나가는 좋은 방법이다.

또한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와 같은 추진방법도 있다. 콜렉티브 임팩트는 특정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의 가치에 공감하는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모여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슬록은 ‘업사이클링으로 하루놀기’(가칭)라는 체험행사를 준비 중이다. 다양한 업사이클링 상품, 재고상품, 기한임박상품 등을 모아서 소비자들이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는 아트탭(Arttab)과의 협업을 통해 폐색조화장품과 색소를 업사이클링하여 수채화 물감을 만드는 것까지만 정해졌다. 나머지는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창출할 파트너사를 구성하여 완성할 계획이다. 오프라인에서 업사이클링 그림그리기 등 체험행사를 할 수도 있고, 업사이클링 체험패키지를 만든 후 ‘인증샷’ 콘테스트를 할 수도 있다. 역량 있는 파트너사들이 참여할수록 가치 창출도 커질 것이며, 체험한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인증 콘텐츠는 업사이클링 문화와 시장의 확산에 기여할 것이다. 관심있는 기업, 단체의 참여를 기대한다. 
기후변화로 세상이 바뀌었다. 국제사회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어떤 산업은 강력한 환경규제를 받게 될 것이며, 반대로 어떤 산업은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다. 화장품, 뷰티업계는 2024년 플라스틱협약을 시작으로 다양한 환경규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기업도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어차피 변해야 한다면 소극적인 규제대응을 넘어서 기후테크와 같은 미래 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10년, 20년을 준비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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