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장품 등록으로 'FDA 승인' 표시 가능할까 외국업체는 시설등록용 대리인 지정해야... 세관 심사 강화 가능성 대두
박수연 기자 | waterkit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3-12-01 06:00 수정 2023-12-01 11:39
미국에서 화장품을 제조·유통·판매하는 업체들은 다음달 29일부터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의 규정을 철저히 따라야 한다. 해외 브랜드에 따로 적용되는 패널티는 없지만, 해외 소재 기업들이 시설을 등록할 땐 반드시 미국 내 대리인을 지정해 FDA(미국 식품의약국)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이하 MoCRA)은 지난해 12월 29일 발효돼 올해 12월 29일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이었다. 최근 화장품 제조 시설 등록 및 제품 리스팅 마감기한이 6개월 연기돼 약간의 여유가 생겼지만, 대다수 규정들이 차례로 시행될 예정이라 규정에 대한 정확한 내용 숙지와 이행이 중요해졌다.

30일 오후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주최하고 리이치24시코리아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미국 화장품 안전성 평가 동향' 세미나에선 곧 시행될 MoCRA 규정과 관련해 혼동되는 부분과 추측들을 풀이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사로는 미국 독립미용협회(IBA)의 메레디스 페틸로(Meredith Petillo) 수석 디렉터와 리이치24시코리아의 손성민 대표가 나섰다. IBA는 FDA에 건의해 몇몇 사안의 연기를 이끌어낸 미국 뷰티 중소기업들이 모인 비영리 단체이며, 리이치24시 코리아는 국내 화장품 수출 대행업체다.

이날 웨비나에선 가장 먼저, MoCRA 규정에 따라 제조 시설 및 제품 리스팅을 마치면 'FDA로부터 승인받은 제품 또는 시설'이라는 클레임을 사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품 리스팅 정보와 시설 정보를 등록했다고 해도, 업체들은 'FDA 승인'이라는 클레임을 사용할 수 없다.

MoCRA에서 규정하는 등록 관련은 말 그대로 미국 내 유통되는 화장품에 대한 정보 수집 과정에 가까우며, 등록이 완료된다고 FDA가 해당 제품 및 시설을 승인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MoCRA는 화장품과 관련해 사후 규제에 가까운 규제이지, 시판 전 승인과는 상관이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아직까지 MoCRA와 관련한 FDA의 지침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허용되지 않는 성분이 포함된 제품 등을 리스팅했을 시 추후 FDA가 등록을 거부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 다음 등록과 관련해 FDA는 전자제출 플랫폼인 '코스메틱 다이렉트(Cosmetic Direct)'를 준비하고 있는데, 해당 서비스가 개시되면 등록 시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업계의 추측이 있었다. 미국 의회가 MoCRA 집행을 위한 예산을 따로 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떠오른 이슈다.

IBA 측은 "MoCRA가 제정되기 한참 전부터 이 연방 법안에 대해 여러가지 버전의 수정안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단 한번도 수수료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며, 현 법안에서도 수수료에 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수수료가 부과될 수도 있다는 추측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으며, 부과할 시 사전에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지에선 제품 및 시설 등록 시 제출한 정보가 대중들에게도 공개 되는지 여부가 중요한 이슈로 여겨지며 관련 문의 및 상담이 대폭 늘었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IBA 측이 FDA에 질의해 확정적으로 답변을 받은 바로는 등록 정보는 기밀로 유지되며, 전체에 공개되지 않는다. 

브랜드사가 위탁 제조업체와 협업할 때도, 브랜드사는 업체에 타 등록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FEI 번호만 알려주면 된다.  FEI 번호는 시설 식별번호로, FDA 홈페이지에서 검색할 수 있으며 의약품을 동시에 제조하든, 화장품만 제조하든 한 시설이면 하나의 번호만 부여된다. 다만, 시설 등록을 위해선 FEI 번호를 먼저 취득할 필요가 있다.

MoCRA 발효 후 미국에선 이 법안이 유럽연합(EU)와 영국의 화장품 규정을 베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MoCRA는 미국에서 화장품을 제조·유통·판매하기 위해 책임자(RP)를 지정할 것을 요구하는데, 유럽에도 책임자 규정이 있고 내용이 유사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책임자 제도는 관리 및 규제 당국과 업체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다. 제도의 의도가 비슷하니 규정의 전체적인 면면이 유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양측의 책임자는 자격, 소재지 조건 등에서 차이가 있다.

유럽의 책임자 규정은 EU Cosmetic Regulation(EC) No.1223/2009에 등장하는데, 주로 화장품의 원재료와 클레임, 라벨링을 규제하며, 정보공개와 리콜 관련 사안을 관장한다. 책임자는 유럽 거주자여야 한다.

반면 미국에선 FD&C법(MoCRA의 모법) 609(a)항 또는 공정 포장 및 라벨링법 4(a)항에 따라 "화장품의 라벨에 이름이 표시된 화장품의 제조업체, 포장업자 또는 유통업자"를 책임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책임자는 유럽과는 달리 사람이 아닌 브랜드일 수 있으며, 꼭 미국 내에 거주하지 않아도 된다. 

책임자와는 별개로 미국에선 시설 등록 시 대리인(US AGENT)이 있어야 한다. 미국 현지 업체는 미국 대리인이 필요 없지만, 해외 업체는 미국에 거주하는 대리인이 필요하다. 책임자와 대리인은 구분되는 개념이고, 유럽의 책임자 제도와도 차이가 있다.

한편 미국에선 MoCRA 제정 전까진 각 주(州)에서 주법을 제정해 화장품 관련 사항을 규제해왔다. 연방법인 MoCRA가 시행되면 주법은 효력을 잃는지에 대해서도 각 업체들의 문의가 이어졌다고 IBA 측은 밝혔다. 연방법과 주법이 충돌하는 경우 연방법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페틸로 디렉터는 "MoCRA가 선점한 조항들이 있지만 이는 대게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MoCRA와 주 정부 법안이 공통으로 다루는 내용일 경우 MoCRA를 따르되 MoCRA가 규정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선 주법이 유효하며, 각 주는 여전히 화장품 규제를 제정·시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MoCRA 시행으로 인해 해외 브랜드들이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진행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는데, 이에 대해선 답이 다소 모호했다. 

IBA 측에 따르면 MoCRA는 미국 내 브랜드나 미국 외 브랜드에 대해 서로 다른 프레임워크를 설정하지 않았다. 법안으로 가장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사업장 위치와 관계 없이 동일하게 규정되는 시설 등록 관련인데, 해외 브랜드나 해외 제조업체 제품에 부과되는 패널티나 추가 규제는 없다는 뜻이다. 해외 소재 브랜드의 유일한 추가 요건은 시설 등록 시 '미국 내 대리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뿐이다.

다만, 페틸로 디렉터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해외 브랜드 제품에 대해 세관 심사가 강화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수입통관 시 강화된 규정에 따라 성분과 클레임 등을 추가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FDA와 세관이 이와 관련한 협력 사항을 밝히지 않았기에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불확실한 것으로 언급됐다.

이와 관련해 손 대표는 "미국 비즈니스가 어려워진다기보단 추가적인 규정이 생겨 예전보다 조금 더 복잡해질 수는 있다"고 부연했다.

페틸로 디렉터는 "MoCRA의 규정들은 각 사안별로 시작 일정이 다르며 추가 후속 조치들도 다 발표되지 않았기에 공개 의견 수렴 기간을 유념히 살펴야 한다"며 "MoCRA는 화장품을 승인하는 법안이 아니라 기존에 당연히 해야 했던 것들을 규정하는 수준이니 각 업체는 MoCRA와 관계없이 안전성 평가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뷰티누리의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전체댓글 0개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