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 한국형 지속가능화장품(K-Sustainable)으로 승부하자! 김기현 <슬록> 대표
편집국 기자 | media@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3-09-19 06:00 수정 2023-09-19 16:00
기후위기, K뷰티 대응 어떻게 할까

2> 강해지는 환경규제, 화장품은 문제 없나
3> 줄이고, 재생하는 것이 자원순환의 기본이다  
4> 탄소중립의 첫걸음, 탄소발자국 계산하기
5> 자원순환과 탄소중립 화장품 모범사례
6> 환경으로 돈버는 시대, 기후테크는 어떤가? 


화장품시장의 폐불용자원 거래하는 플렛폼 '노웨이스'트 운영중, 업계 최초로 화장품 탄소발자국 간편 계산도구 개발, '광고를 알아야 크게 성공한다' 공저 


 K뷰티가 예전같지 않다. 2022년 수출감소율이 전년대비 무려 -13.4%다. 수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의 수출이 약 26% 줄어든 게 뼈 아프다. 중국 화장품법이 20년만에 개정된 것과 정치외교적 환경의 변화 등 외부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영향이 크다. 이제 더 이상 중국만 바라봐선 힘든 상황이 됐다.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 북미, 유럽, 러시아 및 CIS 등 폭넓게 대안시장을 찾아봐야 할 때다.

 동시에 K-뷰티 제품 자체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경쟁력을 따져보고 글로벌 시장과 핏(fit)을 맞춰볼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K-뷰티는 화려한 컨셉과 가성비로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혁신적인 소재나 제형의 개발이 수반되지 않는 현란한 컨셉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점차 둔해지고, 그 사이 해외 자국 브랜드들의 부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해외 거래선들도 자국 브랜드의 성장에 맞추어 처음에는 K브랜드 완제품을 수입하던 방식에서 OEM, ODM 수입방식으로 점차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마저도 원가를 줄이기 위해 반제품(벌크)만 수입해가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K뷰티의 재도약을 위해선 혁신적인 소재나 제형의 개발과 함께 글로벌시장에서 집중적으로 공략할 제품 영역을 새롭게 선정하여 전략적으로 승부하는 게 필요하다.

 클린뷰티에 주목하자! 클린뷰티는 몇 해전부터 글로벌 뷰티 트렌드에 관한 보고서나 기사 등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키워드다. 국제 통계플랫폼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클린 뷰티 시장 규모는 2023년 83억 달러로 추정되며 2028년에는 153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동안 연 평균 성장률은 놀랍게도 9.6%에 달한다. 국내 화장품 수출실적이 2022년 기준 79.5억달러인걸 볼 때 클린뷰티의 현재 시장규모 또한 절대 무시할 규모가 아니다.

클린뷰티는 북미가 전 세계 시장의 35%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유럽과 아시아가 잇고 있다. 북미의 경우 제품의 거의 1/3이 “클린”이라는 라벨을 달고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5년간 국내 화장품시장의 성장률이 0.7%(생산실적 기준), 글로벌 뷰티시장의 성장률이 3.2%에 불과한 걸 감안할 때 클린뷰티의 성장률 지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압도적이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라는 투자 격언이 떠오른다. K뷰티가 클린뷰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클린뷰티는 도대체 무엇일까? 대체로 피부에 유해한 성분을 배제한 스킨프렌들리(skin-friendly)한 제품과 지속가능한 환경에 가치를 둔 얼스프렌들리(earth-friendly)한 제품을 아울러 부르는 개념이다. 피부무해, 피부안전, 오가닉, 자연주의, 친환경, 유기농, 크루얼티프리, 비건, 플라스틱프리, PCR, PIR, 생분해 등 수없이 많은 키워드들이 클린뷰티라는 분류안에 포함된다. 시장은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클린뷰티”라는 용어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나 규정은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지역에 따라 브랜드에 따라 “클린뷰티”의 기준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북미와 유럽지역에서는 “지속가능한 뷰티(Sustainable Beauty)”라는 표현을 “클린뷰티”라는 용어와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용어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나 규정은 없지만 각종 메이저 유통채널의 자체 클린뷰티 기준을 살펴보면 스킨프렌들리(skin-friendly)와 얼스프렌들리(earth-friendly)를 같은 비중으로 다루고 있으며, 일부 채널에서는 탄소중립, 자원순환 같은 환경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입점기업의 ESG경영요소까지 소비자들에게 공개하는 추세이다.  

세계적인 뷰티플랫폼 세포라(Sephora)는 2021년부터 클린 앤 플래닛 포지티브(Clean+Planet Positive)”라는 강화된 자체 클린뷰티 카테고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카테고리는 5가지 선정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피부안전성분(clean ingredient) △기후약속(Climate Commitment) △지속가능한 원재료 조달(Sustainable Sourcing) △책임있는 포장(Responsible Packaging) △환경관련 기부(Environmental Giving) 등이 포함되며, 특히 기후약속과 관련하여, 탄소중립경영, 온실가스배출량 감축, RE100전환 중 1개 이상을 실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뷰티플랫폼인 컬트뷰티(Cult Beauty)는 2018년부터 컬트컨셔스(Cult Conscious)라는 카테고리를 운영중이다. 이 카테고리는 입점제품들의 스킨프렌들리(skin-friendly)요소 뿐만 아니라 ESG의 다양한 항목들에 대하여 검증을 거친 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현재 약 1,000개가 넘는 제품이 입점되어 있을 정도로 “컬트컨셔스” 카테고리는 활성화되어 있다.

국내에서도 가치소비 트렌드와 함께 클린뷰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0년에 시작된 올리브영 클린뷰티 카테고리의 누적 매출이 5,000억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국내 클린뷰티는 아직까지 스킨프렌들리(skin-friendly)에 중점을 두며, 여기에 일부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한 비건이나 친환경 패키징 같은 요소를 가미한 개념으로 포지셔닝되어, 해외 주요국에서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뷰티(Sustainable Beauty)”와는 분명한 깊이의 차이가 있다.  

클린뷰티 시장은 기업이 의도적으로 창출한 것이 아니다. 소비자의 의식이 높아지면서 한 개의 제품이 사람의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것이 소비로 반영된 시장이다. 소비자에 의해 형성된 시장이니 만큼 현재는 북미, 유럽이 주도하고 아시아가 따라가고 있지만 향후에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 자명하다. 더 컨셔스 인사이더(The Conscious Insider)라는 지속가능성 관련 통계 사이트에 따르면, 13세부터 39세까지의 소비자 중 66%가 “클린”이라는 라벨이 부착된 뷰티제품을 더 구매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 클린뷰티는 멈추지 않고 달리는 말이다. 빠르게 달리는 말에 올라타기 위해선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K뷰티도 환경과 관련한 각종 글로벌 규제를 대비해야 할 때다. 앞으로 탄소국경세, 플라스틱협약, 에코디자인규정, 공급망실사지침 등 다양한 글로벌 환경규제가 쏟아진다. 성장하는 글로벌 클린뷰티 시장에서 K뷰티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다가오는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한국형 지속가능화장품(Kosmetic-Sustainable)의 기준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EWG그린등급, 비건인증, 친환경 패키지 등 누구나 기본으로 하는 부분적인 요소를 소구하는 것만으로 글로벌시장에서 경쟁을 하기는 힘들다. △글로벌 클린뷰티 기준 부합 △K-ESG가이드라인 부합 △K뷰티의 고유한 강점 부각 등 한국형 지속가능화장품의 기준을 마련한 후 이를 충족하는 제품을 만들어 진검승부를 펼쳐보자! K뷰티의 저력이라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겨뤄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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