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화장품 동물실험, 25년 만 재개 자외선 차단성분 '호모살레이트' 등 안전성 입증 목적
김민혜 기자 | minyang@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3-05-09 06:00 수정 2023-05-09 06:00
영국이 다수 단체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25년만에 화장품 동물실험 재개를 허용했다.

영국 고등법원은 EU 화학 규정에 맞추기 위해 동물 실험 정책을 변경한다고 5일 판결했다. 영국 BBC 방송은 영국 정부가 고등 법원의 최근 판결에 대한 환영 의사를 밝혔다고 지난 6일 보도했다. 

일부 물질에 대한 동물실험 요구와 관련해 감독기관과 기업·단체의 의견은 팽팽하게 맞서왔다. 유럽의 화학 규제를 감독하는 기관인 EU(유럽연합) 화학물질청(ECHA)은 2020년, 화장품 일부 성분이 제조 공장의 근로자에게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 동물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특히 컨실러와 파운데이션에 흔히 사용되는 자외선 차단제 성분인 호모살레이트(homosalate) 등 성분이 언급됐다. 호모살레이트는 저용량에서는 인체에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고농도에서는 인체 면역 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확인된 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쥐의 흡입 또는 섭취를 통해 파운데이션이나 컨실러의 화학물질을 테스트하는 방안이 언급됐다.

이 판결에 따라 영국 정부 또한 EU 화학 규정 준수를 위한 화장품 성분 동물 실험 면허를 발급해왔으며, EU 탈퇴 이후에도 해당 면허는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 소비자 안전성 확인을 위한 동물 실험은 여전히 금지돼 있다. 그러나 근로자 안전 보장을 위해서는 생산 시작 전 동물 실험 수행 면허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CFI(Cruelty Free International)는 영국 정부가 1998년부터 지속된 '메이크업 및 그 성분에 대한 동물실험 금지'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영국 사법부는 "정부가 대중에게 면허 발급에 대해 알리지 않은 것이 유감스럽다"면서도 "정책 변경은 기존 법률에 부합한다"고 봤다. 

CFI 등의 단체와 유니레버·더바디샵 등 다수의 브랜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화장품 업계의 대부분 브랜드가 동물 실험 종식을 위해 오랫동안 투자 및 연구를 실시하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그 동안의 노력을 퇴색되게 한다는 주장이다. 

유니레버의 안전 및 환경 보증 센터장인 줄리아 펜템(Julia Fentem) 박사는 BBC를 통해 "새로운 정책에서 잠재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테스트는 불필요하며, 동물 개입 없이 안전 테스트를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바디샵 역시 강력한 반대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U에서도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EU 시민 100만 명 이상이 화장품 원료의 동물실험 금지 정책의 강화를 요구하는 ‘Save Cruelty Free Cosmetics' 청원에 참여하며 EU의 제도 개선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BBC는 "영국 정부는 올해 중으로 화학물질 사용 및 테스트에 대한 입장을 요약한 새로운 전략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략에는 화장품 기업에 대한 추가 지침이 포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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