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 안 하는 K뷰티 '국제 호구'? 영업 비밀 보호 안전망 역할, 제재수단 강화해야
김민혜 기자 | minyang@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3-05-03 06:00 수정 2023-05-12 15:04
“계약 전에 당연히 기밀유지를 위한 협약을 맺습니다. 서로 보호해야 할 정보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거든요. ”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한국콜마, 코스맥스코리아 등 굵직한 뷰티기업들은 NDA(Non-Disclosure Agreement), 즉 기밀유지협약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NDA는 거래 과정에서 기업의 영업비밀 등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체결한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달랐다. ‘NDA가 뭐냐’는 반문부터 “알고는 있지만 상대방이 달가워하지 않아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등등. 해외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NDA를 체결하지 않으면 핵심 정보 유출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도 NDA를 체결하지 않는 기업이 적지 않았다. 

NDA는 기업 간 거래 시 알게 되는 정보들을 외부에 유출하거나 발설하지 않는다는 비밀유지 의무 협정을 맺는 계약서다. NDA의 종류에는 당사자 한쪽에서만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편무계약(Unilateral NDA)과 양쪽 모두가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양자 간 계약(Bilateral NDA) 2종류가 있다. 외국기업과 체결할 경우 국내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가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Bilateral NDA를 체결해야 한다.

화장품 개발·수출과 컨설팅 등을 진행하는 마크앤팀스의 조상현 대표는 “NDA가 미국·유럽권에서는 필수적인 계약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에서는 챙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15일 지적했다. 

조 대표는 “NDA는 거래의 첫 단추를 꿰는 중요한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건너뛰는 기업이 대다수”라고 밝혔다. 

어렵게 만난 바이어가 브랜드 및 제품에 대한 자료를 요구할 때, 조건부로 제시하는 것 자체에 심적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이 과정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러나 조 대표는 “NDA는 서구권에서는 필수적인 절차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오히려 NDA 없이 자료를 제공하는 경우 체계적이지 못하고 쉬운 상대라는 인식을 갖게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전성분표, 제품 처방과 같은 핵심적 자료 외에 단가표나 거래처, 고객 정보 등의 자료도 NDA 체결 후에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우리나라는 MOU(업무협약)를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들이 많은데, 실질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NDA”라고 강조했다.

거래 의사가 없음에도 정보 취득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있고, 거래 과정에서 얻게 된 정보를 제 것인 양 악용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법적으로 NDA를 체결을 강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체결해 두는 편이 기업에 훨씬 유리하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NDA 조항에는 ‘영업 비밀’에 대한 정의와 보호 방법, 손해배상에 대한 부분, 예외 조항 등을 언급해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해외 바이어·기업과의 거래뿐 아니라 국내 기업과의 거래에서도 NDA를 먼저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제도적 제재도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NDA 체결이 보호 장치가 되는 것은 사실이나, 협약 위반으로 밝혀져도 ‘솜방망이’ 처벌이어서 강력한 제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대기업·중소기업 간 기술 유출 관련 분쟁 사례에서도 피해자들은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대기업의 기술 탈취를 호소하는 5개 스타트업 대표가 지난달 18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업의 손해배상 금액 산정 기준 현실화 및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주장했다. 이들은 협력 논의를 진행하던 대기업이 협상을 중단된 뒤 유사 기술로 제품을 출시해 손해를 입은 경우들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벤처기업 대표는 “제품 공급·협업을 위한 NDA까지 체결했지만 협상 결렬 후 대기업이 유사 제품을 내놨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조 대표는 “국내 시장과는 달리 해외의 경우 기업 간 거래에 있어 NDA 체결이 필수로 자리 잡아 협약 준수에 대한 인식도 강한 편”이라며 “외국 기업과 거래할 때는 NDA를 반드시 체결하라”고 강조했다. 외국 시장에선 NDA를 근거로 피해 기업이 배상을 받는 일이 종종 있다. 

또한, 조 대표는 “국내에선 아직 활성화가 덜 됐지만, 그래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적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막이 되므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NDA 체결문화를 형성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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