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그널] 윤성은의 뮤직 in CINEMA 음악 때문에 봐야만 할 영화, ‘외계+인 1부’
윤성은 기자 | media@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3-02-15 06:00 수정 2023-02-15 08:44
지난해 여름 개봉한 블록버스터 중 가장 관객들을 실망시켰던 작품은 ‘외계+인 1부’였을 것이다. 최동훈 감독의 첫 번째 SF영화라는 타이틀과 캐스팅만으로 제작 당시부터 화제가 되었던 이 영화는 개봉 후, 관객들의 혹평 속에 극장가에서 급속히 사라져갔다. 1부라는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복잡한 이야기를 잘 풀어주지 않는 불친절한 내러티브,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해야 할 중심 캐릭터의 부재 등은 상업영화로서 커다란 단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CG를 비롯한 프로덕션의 수준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했으며, 그 중에서도 음악의 역할과 존재감은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서울 도심 한 복판에 외계인과 로봇, 비행접시가 출현에 전투를 벌이는 영화, 고려를 배경으로 도사와 신선이 출몰하기도 하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무협물과 어드벤쳐, SF 장르까지 뒤섞여 있는 ‘외계+인 1부’의 음악은 장영규 감독이 맡았다. 그는 이미 ‘전우치’(최동훈, 2009) 때 최동훈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호평받은 바 있으나 훨씬 까다로웠던 이번 작품에서 더 세련된 음악을 선보였다. 기존 한국영화에서 레퍼런스가 없는 만큼 당혹스럽기도 했겠고, 142분의 러닝타임 내내 거의 음악이 끊이지 않을 만큼 방대하기도 한 작업을 매끄럽고 능숙하게 처리해낸 데서 장영규 감독의 관록이 느껴진다. 

록밴드 베이시스트 출신에 소리꾼들과 함께 이날치 밴드를 만든 그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 영화의 음악을 이처럼 완성도 높게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싶다. 이질적 이미지와 장르가 한 장면에 담기는 만큼 시퀀스별로 다른 악기나 리듬을 사용하기 보다 그 장면이 가진 시각적 스펙터클과 액션의 리듬을 이용하고, 극적 호흡을 조절하는데 집중한 부분이 돋보인다. 전반적으로 SF 영화에 많이 나오는 의성음악(imitative music)이나 영상을 철저히 뒷받침하는 음악(underscore music)을 사용한 것 같으면서도 곳곳에 길고 짧은 멜로디를 삽입시켜 청각적 단조로움을 깨뜨렸다는 점도 주목해볼 만하다. 음악에 집중하면서 관람한다면 평가가 훨씬 높게 나올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뷰티누리의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전체댓글 0개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