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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그널]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합창 교향곡과 송년 음악회

입력시간 : 2021-01-15 12:40       최종수정: 2021-01-1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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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애가 강조된 쉴러(F. Schiller, 1759-1805)의 <환희의 송가, Ode an die Freude>가 삽입된 베토벤(1770-1827)의 교향곡 9번 <합창>은 특별한 순간에 자주 연주된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1989년 크리스마스에 베를린에서 울려퍼진 합창 교향곡일 것이다. 같은 해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을 기념하는 음악회였다. “모든 사람들은 형제가 되리라” “모든 사람들아, 서로 포옹하라” 라는 텍스트가 담긴 합창 교향곡은 베를린을 동과 서로 나누던 장벽이 무너진 것을 기념하기에 더없이 적절했다.

세계적인 콘서트홀의 오프닝 공연에서도 합창 교향곡은 자주 연주되었다. 1888년 암스테르담의 콘세르트헤바우(Concertgebouw), 1963년 베를린의 필하모니(Philharmonie), 1986년 도쿄의 산토리 홀(Suntory Hall)의 첫 공연에서 모두 합창 교향곡이 울려퍼졌다 1872년 바그너가 바이로이트 축제 극장(Bayreuther Festspielhaus)의 공사 착수를 기념할 때 연주된 곡도, 이 극장에서 매년 여름에 열리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이 2차 대전의 여파로 중단되다 1951년 다시 재개되었을 때 연주된 곡도 합창 교향곡이었다.

역사적인 순간, 그리고 오프닝 공연과 더불어 합창 교향곡이 자주 연주되는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분명 송년 음악회가 아닐까 싶다. 국내에서 서울시향과 KBS 교향악단 등 주요 오케스트라들이 매년 12월에 꾸준히 연주하는 관계로, 송년 음악회에서 합창 교향곡이 연주되는 구성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일본 역시 이러한 구성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곳이다. 아니, 일본만큼 이 구성이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곳도 드물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위에서 잠시 언급하였던, 일본의 대표적인 홀은 산토리 홀의 음악회 일정을 살펴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2004년부터 검색이 가능한 산토리 홀의 콘서트 아카이브를 보면, 합창 교향곡 연주되는 일정이 12월 말에 4-5일 연속으로 잡혀 있는 것을 매년 볼 수 있다. 연속으로 잡혀 있는 일정 외에도 12월에는 대게 몇 개의 합창 교향곡 공연이 더 자리잡곤 한다. 얼마 전 실린 내셔널 지오그래픽 기사의 제목은 일본 사람들의 합창 교향곡을 향한 애정을 잘 나타낸다. “일본에서,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는 크리스마스 캐롤이다(In Japan, Beethoven’s ‘Ode to Joy’ is a Christmas car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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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9년 크리스마스에 베를린에서 합창 교향곡을 지휘했던 번스타인 (© dpa)

한국과 일본에서 확고하게 자리잡은 ‘송년 음악회=합창 교향곡’의 전통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이 전통이 오래도록 남아 있는 악단을 찾으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바로 라이프치히에 있는 유서깊은 악단인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Gewandhausorchester)이다. 세계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를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베토벤 생전에(1825/26 시즌) 해낸 악단이기도 하다. 송년 음악회에서 합창 교향곡을 연주하는 전통은 1918년, 당시 상임 지휘자였던 니키쉬(A. Nikisch, 1855-1922)에 의해 생겨났다. 100년이 넘은 전통인 것이다.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이 악단의 상임 지휘자를 역임했던 샤이(R. Chailly, b. 1953)에 따르면, 이 전통은 세계대전 중에도 끊어지지 않고 유지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세계적인 전통은 지난해 잠시 멈추게 되었다. 다름아닌 코로나19 때문이다. 겨울에 접어들며 유럽 각지에서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자, 공연 자체가 취소된 것이다. 이 바이러스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을 이런 뉴스를 통해서도 새삼 깨닫게된다. 길게 이어지던 전통에 타격을 입은 악단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만이 아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송년 음악회도, 그리고 새해 첫 날의 메인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도 사상 처음으로 청중 없이 치러지는 상황이 되었다. 국내에서 얼마 전 열렸던 서울시향의 송년 음악회도 마찬가지였다.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방 안에서 수많은 음악회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콘서트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척이나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며, 코로나19라는 이 길고 긴 터널을 통과하여 합창 교향곡을 다시 콘서트홀 현장에서 들으며 감격할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래본다.


음반추천: 1989년 크리스마스에 베를린에서 열렸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을 기념했던 공연이다. 번스타인이 지휘했으며, 독일, 영국,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던 나라들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함께 참여하여 음악회의 의미를 더했다. 이 공연에서 번스타인은 텍스트 중 환희(Freude/Joy)를 자유(Freiheit/Freedom)로 바꾸어 부르게 하여 화제를 모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Hn0IS-vlwCI

<필자소개>
박병준씨는 음악학자이자  음악칼럼니스트로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립음악대학교에서 비올라를 전공했으며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음악학)를 취득했다. 현재는 광명 심포니 오케스트라 비올라 수석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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