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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CLASSI그널] '윤성은의 뮤직 in CINEMA'

자유와 평등의 하모니를 들려주다, <스윙키즈>

입력시간 : 2020-06-29 10:45       최종수정: 2020-07-1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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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키즈.png<스윙키즈>(2018)는 한국전쟁 당시의 거제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이념과 인종을 뛰어넘어 춤으로 하나가 되었던 탭댄스 팀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스윙 댄스를 하는 팀도 아니고 아이들로 구성된 팀도 아니지만 이들은 스스로를 ‘스윙키즈’라 칭한다. 곧 영화의 제목이 된 이 이상한 작명은 토마스 카터 감독의 <스윙키즈>(1993)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스윙재즈를 좋아하던 10대들이 나치의 폭정 하에 겪게 되는 갈등과 고통, 변화를 다룬 동명의 1993년 작과 강형철 감독의 <스윙키즈>는 유사한 주제의식을 갖고 있다. 이것은 베니 굿맨은 물론 데이빗 보위, 비틀즈와 정수라까지 소환한 <스윙키즈>의 다채로운 삽입곡들을 이해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즉, <스윙키즈>에는 시대적 배경이나 탭댄스와 무관하더라도 그 장면의 정서와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음악들이 선곡되었다. 

가령, ‘Modern Love'는 양판래(박혜수)와 로기수(도경수)가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것들을 모두 박차고 뛰어나가 열정적으로 춤추는 교차편집 장면에서 사용되어 청춘들의 억눌린 에너지가 폭발하는 느낌을 배가시킨다. 또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흘러나오는 비틀즈의 ‘Free as a Bird'는 자유를 향한 스윙키즈 멤버들의 갈망을 대변하는 곡으로, 영화의 스틸 컷들과 함께 사용되어 따뜻한 추모식의 분위기를 돋운다.

대망의 크리스마스 공연에는 역시 스윙의 고전, ‘Sing, Sing, Sing'이 연주된다. 잭슨(자레드 그라임스)이 현란한 발재간으로 만들어내는 경쾌한 태핑(tapping) 사운드에 드럼이 리듬을 쪼개고, 나머지 멤버들의 등장과 함께 브라스 연주가 얹어지면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된다. 

오프 비트로 신나는 분위기를 유도해내는 대중적인 재즈, 스윙이 영화 안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군인들과 관객들 모두의 심장을 더 빨리 뛰게 만드는 동안, 다섯 개의 타악기가 된 스윙키즈 멤버들은 밴드와 대화를 나누듯 퍼포먼스를 주고받으며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뜨겁게 장식한다. 인종차별 없이 연주자를 기용했던 베니 굿맨,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장 곳곳을 다니며 위문공연을 한 것으로 유명한 글렌 밀러 등 스윙 선구자들의 활동과 정신이 깃든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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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다양한 대중음악들이 사용되다 보니 해당 신과 어긋나면서 몰입감을 떨어뜨린 부분도 보인다. 가령, 미군과 스윙키즈의 댄스배틀 때 삽입된 정수라의 ‘환희’는 가사, 멜로디, 리듬 등 모든 면에서 최상의 선택은 아니었다. 영화의 전반적인 톤 앤 매너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그저 연출자의 유머감각으로 넘기기에도 너무 자극적인 선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탭댄스 영화로서 <스윙키즈>의 의미는 크며, 이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음악도 그 몫은 충실히 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과속 스캔들>(2008)부터 <타짜 - 신의 손>(2014)까지 강형철 감독과 꾸준히 협업해왔던 김준석 음악감독은 이 작품에서 거제포로수용소, 탭댄스 등 이질적 요소들을 음악으로 조화시켜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았다. 

탭댄스 동작과 탭 슈즈 사운드, 편집을 고려한 섬세한 편곡, 힘 있는 스코어들은 그의 노련함을 드러내준다. 대중성 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해도 눈과 귀를 쉴 새 없이 즐겁게 해주는 영화로, 147만 명의 관객들만 보기에는 분명 아쉬운 작품이다.
'윤성은의 Pick 무비'  / <사라진시간> (감독 정진영)

사라진시간.png
우리에게 배우로 잘 알려진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 <사라진 시간>은 장르를 규정하기 어렵고 여러 사건과 인물들의 아귀를 짜 맞추기 어렵다는 점에서 난해한 영화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러닝 타임 내내 깃든 재미와 유머, 철학이다.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는 단서들을 조합해 정교한 풍경화를 완성시키려는 강박만 없다면 의외로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감독이 애초에 그렸던 것은 추상화이기 때문이다.

시골 마을에서 한 젊은 부부가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담당형사 박형구(조진웅)는 화재 현장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하고 마을 사람들을 취조하다가 부부에게 숨겨져 있던 비밀을 알게 된다. 곤드레만드레 술에 취해 사고 현장에서 잠이 든 박형구는 다음 날 아침,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음에 경악한다. 형사 박형구의 인생과 가족들이 송두리째 사라진 것이다.

나를 나로 인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나에 대한 타인의 인식과 나의 기억이 다를 때, 나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 과거가 사라져버린 형구의 기막힌 운명에는 이러한 질문들이 깔려 있다. 2020년에 팬데믹이 온 것처럼, 인류가 모든 비현실적인 상황에 노출되어 있음을 인정한다면 <사라진 시간>의 판타지적 가정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은 최선책을 강구하고, 변화에 적응하면서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해괴한 상상력, 관습과 해석을 거부하는 태도, 인간을 바라보는 적당한 온도까지 ‘참 좋은’ 영화다.


<필자소개>
 
사본 -윤성은.jpg
윤성은씨는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다양한 매체에 영화음악 칼럼과 짧은 영화소개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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