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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아드리엘 김 의 CLASSI그널

<4> 영화 <1917>을 보고 떠올린 북극의 새

입력시간 : 2020-04-06 13:26       최종수정: 2020-05-0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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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형 영화, 체험형 클래식

코로나 사태속에 나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겠다고 집구석에 콕 박혀있다가 이것만은 영화관에서 봐야하는데하고 고심하던 영화 <1917>. 결국 밤에는 사람이 없을까 싶어 심야영화를 택했다. 띄엄 띄엄 떨어져 앉은 앞줄의 몇 명을 제외하곤 영화관을 전세낸듯 고즈넉히 마주했던 이 작품은 '영화적 체험'의 끝판왕이었다.


단순한 관람차원을 넘어 이제 생생한 체험으로 이끄는 영화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제 스토리 중심의 극적 전개보다 현장감 위주의 내러티브로 풀어나가는 영화들이 적지않다.(가상·증강현실을 비롯한 기술의 혁신이 낳은 자연스러운 소산일 터.) 2013년 영화<그래비티>를 시작으로 매해 선보인 <인터스텔라>,<마션>같은 우주영화들은 탁월한 '현장감'을 선사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 <1917>은 두시간짜리 전쟁 체험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잘 알려져있다시피 2020년 영화 <기생충>을 위협하던 경쟁작으로 내용은 매우 단순하다. 1차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년 영국의 두 병사가 장군에게 미션을 부여받는다. 통신이 두절된 상황에서 독일군의 함정에 빠질 위기에 처한 아군에게가서 공격 중지 메세지를 전달하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주어진 '전령'임무를 가지고 적진으로 향하는 병사의 고된 사투를 그리고 있다. <1917>은 무엇보다도 여러 장면을 이어붙여 하나처럼 만든 '원 컨티뉴어스 숏' 편집기법이 화제다. 이 영화가 대담한 이유는 특정 장면이 아니라  영화 전체에 이 기법이 긴 호흡으로 적용된 것인데 주인공과 함께 전쟁터를 경험하는듯한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영화<1917>의 생생한 현장감에 감탄하며 한 클래식 곡이 떠올랐다. 칸투스 아르크티쿠스 (Cantus Arcticus). 핀란드 작곡가 아이노유하니 라우타바라의 대표작으로 '북극의 노래'라는 뜻인데 '새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이 작품은 독일에서 방송교향악단 부지휘자로 일할 때 직접 접했는데 그 첫 경험을 잊을 수 없다. 대화하듯 플륫 두대가 번갈아 연주되다가 어느 시점부터 실제 새소리가 공연장에 울려퍼지는 것이다. 악기들은 새소리와 조화를 이루며 점점 변주해나가는데 마치 북유럽 자연속으로 순간이동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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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작곡한 라우타바라는 1928년생으로 시벨리우스 이후 핀란드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손꼽힌다. 그는 음렬주의,우연성음악과 같은 현대음악적 기법을 비롯하여 신낭만주의와 같은 좀 더 대중적인 스타일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왠지 '아메리칸 뷰티'와 같은 드라마 영화서부터 대중적인 007 첩보물까지 다양한 장르를 솜씨 껏 요리해내는 멘데스 감독과 닮아있는 듯 하다.) 그는 이 작품을 위해 핀란드 라민카 늪지대와 북극권에서 다양한 새소리를 채록했다.]

사실  새소리를 묘사한 기법은 흔하지만 직접 새소리를 녹음하여 음악과 조합시킨 시도는 흔치않으며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음악을 담백하게 배치시킨 '절제미' 또한 돋보이는데  드라마틱한 음악적 전개보다는 새소리가 현장감을 더하는데 주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어찌보면 영화 <1917>이  극도로 플롯을 '단순화'시키고  영화 2시간동안 관객이 전쟁을 실감하는데 주안점을 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칸투스 아르크티쿠스'는 3악장으로 이루어져있다. <습지대>, <멜랑콜리>, <백조의 이주>. 1악장은  봄철 습지대의 새들을 담았는데 실제 새소리와 새소리를 흉내낸 관악기들간의 조화가 압권이다. 종달새의 소리를 담은 2악장은 새하얀 설경을 연상시키는듯한 미세한 현악기군이 절제된 어조로 노래하며 3악장에 다다르면 백조떼의 웅장한 모습이 떠오르는데 음악은 이전보다 큰 스케일로 곡의 절정으로 향한다.흥미롭게도  2악장 악보 서두에 "새들이 서로 흉내내는 소리를  관객이 잘 인식할 수 있도록 오케스트라는 침묵한다" 라는 작곡가의 주문이 적혀있다.  이는 관객이 오롯이 작품을 체험하게끔 배려한 작곡가의 의도가 아닐까. 

<1917>의 샘 멘데스 감독이 생생한 '현장감'을 용감하게도 하나의 롱테이크라는 미학에 담아냈다면 작곡가 라우타바라는 실제 새소리를 무대로 옮겨와 음악과 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영화 <1917>이 생생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았다면 '칸투스 아르크티쿠스'는 신비스러운 북극의 새들이 자아내는 자연계를 경험케 한다.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을 합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디스토피아적인 정서가 만연한 이 힘든 시기. 북극의 경이로운 대자연과 어우러진 새들의 노래가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3악장 모두 감상하길 권하지만 그 중에 한 악장을 고르라면 마지막 악장인 '백조의 이주'를 추천한다. 떠남을 준비하는듯한 백조떼의 울음소리와 함께 그 움직임을 닮은 악기군들이 현악기를 시작으로 하나둘씩 더해지며 선굵게 절정을 향한다. 곡이 끝날 즈음 수평선 넘어로 떼지어 사라지는 새들의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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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프로필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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