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00
10605

[칼럼] ‘미용’ 학문으로서의 위상 갖추려면

장미숙 주임교수(숙명여자대학교 라이프스타일디자인대학원 미용예술전공)

김재련 기자   |   chic@beautynury.com
입력시간 : 2016-06-15 16:25:00
  • 트위터
  • 페이스북
  • 구글+
확대 축소 프린트 메일보내기 스크랩
장미숙 교수.jpg
얼마 전, 한 외국 기자가 ‘한국은 왜 세계에서 제일 많은 돈을 연구에 쏟아 붓는가?(Why South Korea is the world's biggest investor in research?)’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경제적 위기를 벗어나 혁신을 이루고 그 과정에서 노벨상을 받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인 한국은 기초과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2017년까지 GDP의 5%로 투자를 확대하고 2018년 36%, 즉 1조5천억까지 지원을 늘릴 계획임을 언급하면서, 과연 이러한 한국 정부의 야망이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밝혔다.

자국의 기초과학을 발전시키겠다는데 일개 외국인의 참견이 대체 가당키나 한 것일까? 그러나 기자의 예리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후 갑작스럽게 한국 정부가 202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즉흥적이고 반사적인 반응과 정책들을 꼬집으면서 ‘노벨상을 빨리 받는 것이 과학발전의 척도가 아니며’, ‘R&D와 기초과학 발전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지적한 대목에서 이내 필자의 얼굴이 뜨거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선진국을 향하여’를 외치던 우리는 지금도 습관처럼 ‘우물에서 숭늉 찾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닐까? 세대를 거쳐 여유를 찾을 만한 시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더 조급하고 참을성 없어지는 것은 왜일까? 

필자는 학부모로서, 학교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으로서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이라고 감히 말하려 한다. 우리의 고정관념을 그대로 가르치고,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명제와는 무관하게 매년 바뀌는 입시와 학교 정책들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교과목에 대한 기초를 다질 겨를도 없이, 개인 능력과 무관하게 정해진 진도에 맞춰 쫓아가느라 사교육에 시달리고, 학교의 일방적인 규율권력에 따라 정해진 교복 속에 자신을 감춘 채 의견을 말해볼 겨를도 없이 틀에 박힌 주입식 교육을 강요받으며, 대학에서도 질문하나 없이 교수의 강의를 토시도 빠뜨리지 않고 받아 적거나 녹음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학들은 마치 ‘취업 저조=무용(無用) 학문’이라는 논리라도 정한 듯, 사회과학대와 인문과학대 학과의 정원과 교양과목을 줄이고 이과대와 공과대의 비중을 늘리는 구조조정 속에서 구성원들의 갈등과 반목이 깊어지고 있다. 필연적인 시류(時流)임을, 그리고 아카데미의 절대적 위용을 오랜 동안 떨쳐온 대학들의 뼈를 깎는 변신의 과정임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문학적 베이스가 없는 과학은 물론이거니와 철학 없는 교육이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되지 않을까 두려운 것은 비단 필자뿐일까? 특히 요즘 부쩍 드는 생각은 21세기 초감각적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거꾸로 가는 정책, 창의성과 다양성의 가치보다는 자판기식 표준화를 택한 NCS(국가직무능력표준)의 앞날에 부디 축복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가시적 성과주의, 스피디한 결과주의는 큰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분명히 존재한다. 미용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미용이 대학 학문으로 흡수되면서 그동안 많은 산업현장 인력들이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교, 더 나아가 대학원까지 진학하였고 현재는 학력 과잉, 대학 불용주의 vs. 저임금, 3D 직종 등 저마다의 푸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직업과 학문에 대한 올바른 철학, 교육기관별 의무와 역할, 교육수준과 목표가 분명히 확립된다면 시각차의 간극은 좁혀지리라 생각한다. 사상누각을 두려워하는 필자부터 제대로 된 교육철학으로 재무장하고 우리 대학원 교육목표에 맞도록 훌륭한 미용 교육자, 연구자를 배출하는 것이 숙제다.

극소수라 단언하지만, 일부 학교의 상업적 태도나 일부 학생들의 조급한 학위취득 열망은 미용학의 학문적 정착을 저해하고 미용산업 뿌리까지 위협하는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다. 미용인 스스로 미용을 단순한 기술로 치부해서 하향 평준화시키기 보다는 기술을 토대로 그것을 창의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주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주는 것이 먼저 태어난 사람(先生)의 소명이리라.
 
뷰티누리의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구글+
확대 축소 프린트 메일보내기 스크랩
홈으로   |   이전페이지   |   맨위로
  • 인터뷰
  • 사람들
  • 뷰티설설설
  • 뷰티캠퍼스
  • 자료실